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는 기본권 침해입니다.
내년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됩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복수노조 허용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정부가 시행하려고 하는 교섭창구 단일화에는 반대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로서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한 최소한의 권리로 노동3권이 헌법에 보장되어 있습니다.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그것이지요. 이 세 가지는 따로 나누어진 것이 아니라 노동기본권을 구성하는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따라서 어느 하나가 제한되면 나머지는 있으나 마나 한 것이 되어버립니다.
예를 들어 단체행동권, 즉 파업과 같은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제한된다면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상대적 약자인 노동자들에게는 단체교섭에서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유일한 무기가 사라져 버립니다. 사용자가 교섭이고 뭐고 배째라고 나와도 단체행동권이 없다면 노동자는 대응할 방법이 없어 손놓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복수노조 금지는 단결권, 노동자가 자율적으로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를 제약하는 것입니다. 유령노조나 어용노조를 만들어 민주적인 노조 설립을 막는 식으로 악용되어 왔지요. 대표적인 예가 삼성입니다. 복수노조 금지의 폐해는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복수노조는 당연히 허용되어야 합니다.
뭐, 여러 차례 유예되어 왔지만 내년부터 복수노조가 시행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정부는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라는 얘기를 들고 나왔습니다.
노동조합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교섭 창구를 단일화하지 않으면 사용자는 단체교섭을 할 의무가 없고, 개별 노동조합과 교섭할 의무는 더더욱 없다는 것입니다.
뭐가 문제일까요?
단결권 제약을 푸는가 싶더니, 이제는 단체교섭권을 제한하겠다는 겁니다.
노동자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노동조합이 과반을 넘지 못하는 소수 노조라서, 단일화된 교섭단에 포함되지 못해서, 단체교섭 자체를 하지 못하게 된다면 심각한 노동권의 제약일 수밖에 없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노동3권은 따로 떨어진 세 가지 권리가 아니라, 하나가 제약되면 전체가 유명무실해지는 하나의 기본권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단체교섭권을 제한하게 되면 단체행동권은 당연히 꿈도 꾸지 못하게 됩니다. 단결권만 있는 노동조합, 친목 단체입니까?
정부와 사용자들은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노조가 난립하게 되고 그에 따라 혼란이 생기고 교섭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창구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근거를 대라, 이거뜨라!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노조가 ‘난립’한다?
그렇게 예상할 현실적 근거는 찾기 어렵습니다.
교섭 비용이 증가한다?
지금도 산별노조의 지부 형태로 복수노조가 있는 사업장이 있고, 건강보험공단에는 두 개의 노조가 각각 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교섭 비용이 늘어났다는 얘기는 없습니다.
백 번 양보해서 교섭 비용이 증가한다고 해 봅시다.
어느 정도나 될 진 모르겠지만 사용자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동자의 ‘기본권’을 제한하겠다는 발상이 제대로 된 생각일까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정부의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논리는 단체교섭권을 제한하는 것이고, 결국 노동권 전체를 빼앗으려는 시도입니다. 복수노조에서 교섭은 법으로 창구 단일화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노사 자율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명작 소설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언론의 자유를 아주 약간 제한한다는 것은 아주 약간 임신했다는 것과 같은 범주의 이야기다.
이 말은 노동3권의 경우에도 잘 들어맞는 이야기입니다.
노동 3권의 일부를 제한한다는 것은 아주 약간 임신했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